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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Cloud Atlas, 2012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보고왔다. 179분의 러닝타임 치고는 꽤나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워쇼스키 남매(?)의 작품이라고는 본 것이 매트릭스가 전부라 그들의 성향에 대해 파악하기는 힘들겠지만, 매트릭스처럼 "이런 세계가 있을거야"라는 내용에 치중했다고 보면 꽤 훌륭한 작품이라 본다. 2시간이 지났을 때 한 30분쯤 지난 느낌이 들었으니 내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한다. 얼마 전에 보았던 호빗보다는 몰입력에 있어서는 더 훌륭하다고 본다.

   

http://geektyrant.com/storage/2011-post-images/cloud-atlas-infographic.png

   

일단은 정말 흥미로웠던 장점에 대해 먼저 말을 하자면, 연출이 메시지에 엄청 치중하고 있다. 6 개의 다른 에피소드를 하나의 영화에 풀어내고 있는데, 그 6 개의 전환 과정이 정말로 어색하지 않다! 에피소드를 옮겨갈 때의 장면은 항상 무언가 공통 장면이 있다. 예를 들면, 누군가 총을 겨누고 쏠 거 같은 상황에 비슷한 다른 장면이 시작된다거나, 문을 열었다가 들켰는데 그 뒤로 그 비슷한 상황 설정의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보통은 영화 초반에 집중하다가 마지막에 그런 전환은 힘을 잃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3 시간의 러닝타임 내내 유사 부분을 통해서만 에피소드의 전환을 한다. 초반부일수록 에피소드를 정말 짧게짧게 풀어놓는데, 이 과정이 너무나 수려해서 정말 영화가 물흐르듯 흘러간다. 진짜 대체 뭔 말을 하고싶은건지를 초반에 파악하기 힘들어서 더욱 더 몰입감이 있다고 할까나. 스토리 전반을 궤뚫고 있는 윤회사상과도 딱 맞는 연출이라 매우 후한 점수를 주고싶다!

   

연출에 있어서 정말 후한 점수를 주었다면 이제 정말로 까고 싶은 것은 미술이다. 진짜 미술감독은 한대 패고 싶다. 서울이 발탁된 이유에는 그 도시 이름이 Soul이란 발음과 유사해서 선정되었다는 건 들었다. 그러면 적어도 한국의 서울이라는 지명을 가졌으면 그 도시를 이쁘게는 표현해야되는 것 아니냐! 외국인들 눈에는 참 이쁘게 보였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한국인이라서 더 눈에 들어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무엇보다 눈에 띠는 것을 좀 확인해보자.

   

   

자, 주 무대가 되는 음식점, 파파송이다. 일단, 파파송의 이미지부터 보자. 대놓고 중국집 혹은 왕만두집 간판이네. 이 간판으로 표시하고 싶은 것은 중국인가? 그 다음, 배색조합좀 보자. 미국은 음식점에서 빨간식으로 칠해놓나보지? 아니면 대체 어느 집이 저렇게 빨갛게 칠해놓냐? 죠스떡볶이도 아딸도 밖은 빨갛게 칠해놓을지언정 벽을 빨갛게 칠해놓은 곳은 금시초문이다. 그리고 벽면의 글씨. "한국식당도라지".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여기 북한입니까? 도라지는 대체 어디서 가져온 것이며 "오신것을" 사이에는 왜 띄어쓰기가 없나? 벽면이 빨간색이라 주체사상 돋네요. 뭘 표현하고 싶은지 대체 모르겠다. 배경이 되는 도시는 2044년이고 소설 배경 상 핵 또는 원자력으로 멸망하기 전이다. 이건 미래세대가 아니라 잘 쳐줘봐야 90년대에 조잡한 그래픽으로 표현한 미래세계 표현한 이상을 쳐줄 수가 없다.

   

   

저거 뒤의 화면에서 나오는 글자체 좀 보자. 저거 어디서 많이 본 글자체 아닌가? 자기들이 만든 폰트라면… 그냥 노력했다는 거에만 가산점을 주겠지만 어디선가 정말 북한 어디선가 많이 본 거 같다.. 정말 저 빨강과 노랑의 배색조합은.. 어디서 본걸까..

   

   

비누를 마시는 과정이다. 원작 소설에서도 Soap를 마시는 거냐? 왜 비누지? 그 "비누"라는 명칭도 그렇지만 정말 저 디자인은 아무리해도 적응이 안된다. 폰트나 디자인이나 아무리봐도 70년대 이것을 보고 만든 것 같다.

   

   

그나마도 여긴 그림이라도 있지 떡하니 "비누"라고만 써있는 저것.. 그리고 팩인데 삼각통이다. 왜 삼각통이냐.. 실용성도 정말 의문이다. 그리고 폰트.. 저 폰트는 정말 어디서 구해온건지 너무나도 신기할 다름이다. 정말 포토샵 뒤져봐도 저런 폰트는 없을 거 같을 느낌이다. 아.. 그리고 머리스타일.. 배경상 설명에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미인의 기준으로 복제를 만들었다는데.. 저 머리스타일은 대체 뭐냐.. 아…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한 다다미방이다. 옷부터 뒤의 벚꽃에 베개에 요까지 정말 일본을 대놓고 표현했다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리고 저 빨간 바닥은 항상 묘하게 신경쓰인다. 빨간색이 그렇게 좋나? 어느 집에서 인테리어에 레드까펫을 까는거냐? 친절한 금자씨 정도의 인테리어는 바라지도 않는다. 빨간색을 쓸 꺼면 좀 잘 쓰란 말이다!

   

친절한 금자씨의 한 컷. 차라리 여기를 미래로 삼아줬으면 설득력이 20198259082150배는 올랐을 꺼다.

   

이거 밑의 사진은 네오 서울과 단속반(?) 오토바이(?)의 모습이다.

   

정말 저 설득력 없어보이는 오토바이의 모양은 둘째치고 검은색과 흰색으로만 이루어진 경찰차(?) 문양에 단속반 글씨를 봐라. 그냥 우리나라 경찰의 오토바이 사진으로 대체하겠다. 내가 뭘 더 이야기해야겠나.. 어디가 과연 미래인 거 같냐..

   

   

정말 한글을 쓰고 싶었으면 서울시에서 무료 폰트도 제공한다. http://dol82.net/171 저기에 쓰인 경찰의 폰트도 서초역에 쓰인 폰트랑 같을 거다.

   

   

이거 손미의 벽화다. 벽화 정말 구리지 않은가? 이거보고 예쁘다는 생각이 나긴 나냐? 손미가 나온 거 2044년이다. 저 때의 미술감각은 대체 어디서 데려온 것인지 너무나도 신기할 다름이다.

   

   

이거 울산 반구대 암각화다. 신석기시대에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사실 저 위의 벽화는 그것보다도 덜 정밀하고 안 예쁘고 별로인 것 같다.

   

일단 미술에 대해서는 여기까지만 까겠다. 보면서 네오 서울의 어페소드는 정말로 이입이 안 된다. 오히려 차라리 안 나왔으면 평점이 더 올라가지 않았을까 싶다. 참고로 거리는 홍콩에 더 가깝다. 서울은 말만 서울이지 서울의 느낌을 받은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서울은 커녕 한국의 느낌 조차도 없다. 진짜 이름과 배우만 가져다 쓴 느낌. 그리고 그 이름마저도 정말 최악이다. 주인공 두 명의 이름은 손미장혜주다. 왜 여자만 둘이냐고? 장혜주는 무려 남자다!

   

나 이사람 장혜줍니다!

   

한국어 검수를 한 번이라도 보냈으면 정말 이런 불상사는 없었을 거 같은데.. 그 미술감독은 대체 무슨 생각하면서 만든 것일까. 손미라는 이름은 누가 어떻게 생각해낸 것일까. 정말 찾으려고 해도 찾을 수 없는 이름이다. 극 중에서 이름은 보통 주인공의 성향을 드러낼 수 있거나 복선이나 암시를 내포하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이 이름을 왜 지었는지 물어보고 싶다.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파악조차 힘든 어떤 이유가 있는 건지.

   

바쿠만 11권. 이 정도의 고민까지도 바라지는 않지만.. 이건 너무하잖아?

   

내가 다른 때보다 특히 이런 상황설정에 태클을 거는 이유가 있다. 적어도 이 영화는 주 목적이 "이런 세계가 있어" 라고 보여주려고 하는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다. 끝맺음 자체로는 마치 각 에피소드가 하나의 메시지로 관통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했던 것 같지만, 6 개의 에피소드 모두에게 들어맞는 메시지는 그냥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다. 단지, 매트릭스와 비교해보면 매트릭스 역시도 딱히 미래 세계에 어째야 된다는 말을 하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네로가 가상 현실에서 종횡무진 다니면서 그게 끝 아니었는가. 단지 이런 세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1999년도에 보여줬던 컴퓨터 속 가상세계 현실은 좀 더 그럴싸했다.

   

   

같은 느낌으로 봐주기에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비껴가도 너무 비껴갔다. 전 시대를 고증하는 것은 참으로 훌륭했다고 표현하고 싶다. 하지만 미래에 있어서는 정말 시대 착오도 이 정도면 도를 지나쳤다고 싶다.

   

그리고 네오서울만 너무 깐 거 같아서 네오 서울 의외의 미래시대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인 디스플레이를 보자. 아래와 같은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다.

   

아 난 정말 이거보고 슬펐다. 일단 원형이란 것 자체도 실용성에 대해 무지한 내용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정말 안 이쁘다. 배두나는 저 수많은 화면을 띄워놓고 손으로 움직이긴 하는데.. 정말 설득력 없다.. 그럴 것 같지도 않고.. 그냥 간단하게 아바타 디스플레이를 보자.

   

   

이 정도는 나와줘야 끄덕끄덕 하면서 느끼겠지. 그나마 아바타는 밑의 기계에서 띄워준다. 저건 뭐 시도때도 없이 뜨는데 원형이고.. 그나마도 화면이 엄청나게 뚜렷한 것을 보라. 설득력 제로다. 내가 본 미래형 디스플레이 중 최악으로 꼽겠다..

   

그래서 총평은.. 한 번은 정말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미래만 아니면 극간 연출 씬이 정말 쉴새 없이 즐겁게 해주고 긴장감도 끝까지 꽤나 유지된다. 지겨움이 거의 없다는 면에서 연출과 떡밥은 엄청나게 높게 쳐주고 싶다. 하지만 두 번은 보고 싶지 않은 것이 이 몰입감을 방해하는 미술의 에러! 이건 에러, 아니 테러다! 정말 다 만든 밥에 재를 뿌렸다고밖에 표현이 안 된다. 인터뷰에서는 자유를 표현하기 위해 서울을 한국적 색채만 넣지는 않았다고 하는데, 그러면 이쁘기라도 하던가. 여기에는 안 썼지만 씬 하나하나가 정말 몰입감을 방해한다! 엔딩도 하고싶은 말은 잘 모르겠으나 그럭저럭 고개는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쳐주겠다.

   

와우 텔드랏실. 적어도 서울이라는 명칭을 가져왔으면 이정도 느낌이라도 주란 말이다!

   

아, 이 영화의 백미는 무엇보다 엔딩 크레딧이다. 분장쇼가 있으니 나가지 말아달라는 영상에서 영화관의 불을 확 켜버리는 센스에 박수를 쳐준다! 하지만 이 분장쇼야말로 이 영화의 백미! 불 킨다고 굴하지 말고 끝까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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