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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리뷰

SOFTMAX - 서풍의 광시곡 (上)

이 글은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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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의 보물찾기 이벤트. 왜 이걸 하기 위해서 그렇게 어렵게 만들었을까?


저장된 플레이 타임 자체로만은 30시간을 넘지 않은.
하지만 실제 체감 플레이 타임은 60시간은 된 거 같은

서풍의 광시곡

의 플레이를 마쳤습니다.

서풍이 처음 나왔을 때,
친구 집에 그 소프트를 산 것을 보고 달려가서 구경하고
그 엄청나게 화려한 그래픽에 상당히 놀랐던 그런 게임이었죠.
그리고 저도 어떻게든 구해서 플레이를 하던 도중
그 느린 이동 속도에
서풍 홈페이지 Q&A 란에

" 사람 달리는 건 걷는 거보다 3배는 빠른데 여기는 왜이렇게 달리는 게 느리죠? "

라고 불만을 써놓고는 접었던 그런 게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굳이 이 게임을 다시 잡게 된 이유는
  • 공격력은 개인의 무기에 영향을 받는다. ->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 무기는 특성에 따라 다르며 내구가 있다. -> 최강의 무기는 없다.
라는 점이 마음에 들어서죠.
안타깝게도 위의 두 결론은 게임을 하면서 틀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다른 의미로써의 괜찮은 점도 있긴 했습니다.

... 만.

" 게임이 유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묻기 전에,
  유저가 게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 "

라는 게임 철학(?)때문에
끝을 본 다음에도 여운을 느끼기는 커녕 리뷰를 쓰기조차 꺼려졌던 게임이기도 합니다.
팔콤의 리뉴얼 게임이 있었다는 것도 한 몫했죠.

어쨋든 엔딩을( 진 엔딩만을 )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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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안구에 습기가 촉촉할 뿐


훌륭한 그래픽, 훌륭한 사운드, 훌륭한 스토리 텔링

그래픽.

3D가 난무하는 지금에서야 뭐 옛날 게임 중 하나이기는 합니다만
처음 보았을 때의 그 느낌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이 발매된 때는 1998년입니다.
이 때가 Total Annihilation같은 외산 게임이 있었던 때죠.
그런 게임봐 비교해도 그래픽은 손색이 없지 않았나.. (그림에 문외한인 유저의 입장에서)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훌륭합니다.
( 게임을 끝낸 지금은 배경만 봐도 속이 울렁거립니다. 그 무한반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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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좋아요.

사운드.

창세기전 2와 마찬가지로 시디 음질의 배경음악을 틀어주었습니다.
미디삘이 나는 창세기전 2에 비하면 서풍에서는 그런 느낌을 많이 없앴더군요.
하지만.. 마을 음악은 잘못 매치시킨 거 같아요.
게이시르 시티의 피아노 음악은 영 분위기가 안 살긴 했습니다.
게다가 이놈 덕분에 시디는 3장이 되버렸죠.
그래도.. 훌륭한 편입니다.


스토리 텔링.

몽테 크리스토 백작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고 하지만
이것도 나름 표절 시비에 휘말렸습니다.
뭐 표절이건 어쨋건 창세기전 2에서의 연결로 본다면
잘 짜집기 했고 그 작품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될만큼 훌륭했다고 생각합니다.
여태까지 서풍의 광시곡 스토리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도 있었지만
끝의 그 반전도 사실 끝까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놀라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그래서 다른 엔딩도 보고싶긴 했지만.. 다시 할 엄두는 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기획 아이디어.

위에도 잠깐 언급했습니다만,
  • 공격력은 개인의 무기에 영향을 받는다. ->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 무기는 특성에 따라 다르며 내구가 있다. -> 최강의 무기는 없다.
이런 시스템을 기획한 것은 참 참신했습니다.
제가 이 게임을 잡게한 데 한 몫 했기 때문이죠.
물론 게임을 하면서 실망하긴 했습니다만..
마그나카르타보다는 나았습니다.



게임이 유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묻기 전에
유저가 게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


네. 제목이 단점입니다.
불친절하기도 지나치게 불친절합니다.
스탭롤에 나오는 테스터는 대체 왜 적는지 의문이 듭니다.
아니, 테스터가 있다는 사실조차 신기합니다.
아마 테스터가 있어도 저런 불만은 말을 하지 못하겠죠.

자, 먼저 문제점.

길 찾기가 어렵습니다.

서풍의 광시곡 하면 제일 먼저 듣는 말은 이겁니다.

" 마을 간 이동 지겨워서 어떻게해요 ? "

맞습니다.
전 이제 배경만 봐도 속이 울렁거립니다.
FPS 말고도 RPG에서 사람이 멀미날 수가 있구나를 느낄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자 제일 먼저..

이동 속도가 지지리도 느립니다.
한 챕터 중에 하나는 제피르 팰컨 기지부터 니코시아 교회를 해방시켜야 하는 챕터가 있습니다.
나중엔 카나라는 캐릭터가 중간까지는 워프시켜 주는데
처음에는 기지부터 끝까지 달려야만 합니다.

맵 하나에 적을 만나지 않고 가면 짧게는 10초, 길게는 20초 쯤이 걸립니다.
3 개의 마을을 다 도는데 지름길로만 간다 치면 맵은 20개 쯤 됩니다.
평균 15초 잡으면 300초인가요 ?
약, 5 분입니다.
아 짧군요 ?
뭐 와우도 걸어서 오그리마에서 썬더블러프 가려면 그 쯤, 아니 좀 더 걸리겠지요.
뭐 마을 간 거리가 이것뿐만이라면 나름 용서할 수 있습니다.

자, 그 다음엔. 맵 하나당 한 번 혹은 두 번의 전투가 일어납니다.
가. 끔. 씩. 그냥 통과할 때도 있습니다. 자주 아니고 가. 끔. 씩.
무려 전투 중에 클릭을 하고 있으면 적의 이동 속도가 빨라집니다.
이 게임에서 정말로 친절하다 느낀 내용입니다.
역대 창세기전에서 적의 움직임을 이정도까지 빠르게 해준 인터페이스는 없었습니다.

전투가 시작할 때 화면이 허옇게 번쩍입니다.
맨인블랙에서 기억 제거할 때 쓰는 그것을 연상케 합니다.
전투가 시작하면 속이 울렁거리면서 기억이 날아가는 느낌입니다.
어려운 곳은 어떻게든 버텨나가는 곳이 있을지 모르지만
쉬운 녀석은 그냥 후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경험치도 별 거 없는데 게임하는 시간을 들일 필요가 있습니까 ?

하하하. 후퇴도 맘대로 안됩니다.
운좋으면 적이 내 위치에 도달하기 전에 후퇴를 할 수 있지만
포위되고 멜트 아이템으로 무기 녹을 때까지 후퇴 실패할 때도 있습니다.
어스토니시아 스토리의 경우에도 상당히 후퇴가 어려운 편이기는 합니다만
이 게임에서 후퇴가 어려운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는 아래에서 따지도록 하겠습니다.

자, 어찌어찌 나오면.
그 허연 화면 덕택에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있는지 상당히 헷갈립니다.
전체지도 따위는 당연히 없습니다.
유추할 수 있는 건 내가 전투가 시작하고 있기 전 방향.
그것 뿐입니다.
전투가 일어난 장소 그대로에서 싸우긴 합니다만, 그게 뭔 소용입니까.
표지판도 맵 7~8개 지나서 하나 있는 카라카스 숲 같은 곳도 있습니다.
예전에 봤던 표지판으로 돌아가느니 그냥 앞으로 돌진하겠습니다.
표지판 보러 돌아가면서 적 만나면 또 내가 어디있는지 까먹을텐데요.

맵도 재사용의 연속입니다.
여기서 봤던 맵이 저기서 또 나오고
아무런 단서 없이 여기와 저기는 다른 곳입니다.
단지 각 맵 끝이 다른 맵으로 연결되어 있을 뿐
그 구조는 똑같이 생겼죠.
보이는 것을 믿어서는 안 됩니다.
여기는 내가 지나왔던 그 곳일수도, 내가 지나왔던 그 곳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지리가 바뀝니다.
아까 내가 들어갔던 곳으로 다시 나오면 그 곳은 내가 알 던 그 곳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맵은 재사용 되고 있고
똑같이 생긴 그 곳이 완전 다른 그 곳이기도 합니다.
플로우 차트도 전개가 달라야 만드는 건데
이놈은 내가 여기까지 온게 맞는 건지 아닌 건지도 제공을 하지 않습니다.

무려 맨 처음에 나오는 인페르노 던전이
아래로만 계속가면 맨 위로 돌아오는 그런 던전이라
처음부터 그렇게 어려운 맵을 넣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길이 막히지 않으니 계속 가는데 출구는 나오지도 않고
아주 돌아버릴 지경이죠.
맨 처음 맵이 말이죠.

소환수의 문장 선더메어를 얻는 곳은 더 심합니다.
답이 없습니다.
내가 필살기인 벽짚고 동굴 돌기를 쓴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난 뻉뺑이 돌고 있을 뿐인걸요.
계속 들어가져요. 하지만 여긴 입구일 뿐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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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메어 동굴. 똑같은 동굴을 출구만 이렇게 꼬아놓으면 어떻게 찾으란 말입니까..

글을 쓰면서도 지금 울렁증이 생기려고 합니다.
그 악몽이 기억나서 말이죠.

나중엔 지도를 펼쳐놓고 했지만
그래도 지루하고 괴롭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번쩍거리는 화면을 보고나면

" 여긴 어디 ? 나는 누구 ? "

이런 상황이 되버리는 데 길은 아직도 멀고도 험하고.
어쩌란 말입니까.

뭐 여기까지 하죠. 아직 할 말은 더 있으니까요.

불편하기 그지 없는 인터페이스

일단 보이는 것부터 이야기를 하죠.
필드 부분엔 나무가 많은 편입니다.
사람이 나무 밑에 서 있으면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있는 방법은 하나죠.
MP 80짜리 대인 전용 마법을 써서 나무 근처를 마우스를 돌려보고
마우스 커서가 로드 모양으로 변하면
뭔가 있는 겁니다.
뭔지는 모르죠. 나오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초반엔 잘 깨지는 무기를 들고 다니는 편인데
이걸 안 깨먹기 위해서 막타용으로 써먹는 편입니다.
다 죽였다 생각했는데 나무 밑에서 나오는 이상한 녀석.
그냥 괴성이 마음속 깊이 우러르게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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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자 마법.
마법이 발동되는 위치를 찍을 수 있는 곳이 빨갛게 반짝입니다.
문제는 두 가지 입니다.
그래서 발동되는 곳부터 범위가 얼마나 ?
만약 발동되는 위치를 찍을 필요가 없다면 ?

MP 200, 300씩이나 소모하는 거대한 마법이 있습니다.
200은 화염방사처럼 앞으로 뿜어대는 거고
300은 대충 큰 범위의 모든 적을 다 때리는 건데..
이 범위가 애매모호해서 이걸 쓰면 누가 맞을 건지를 대체 알 수 없습니다.
게다가 ! 300은 무려 발동되는 위치를 딱히 찍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클릭하자마자 나갑니다.

뭐 그건 괜찮습니다. 조심하면 되죠.
근데 MP 150짜리 엘리멘탈이라는 마법이 있습니다.
이것도 300처럼 클릭하면 바로 나가는 걸로 봐서
분명 해당하는 범위를 동시에 때리는 마법이라고 생각되는데..
대체 맞는 놈이 없습니다.
어따 써먹는 거지 ?

나중에야 알았는데, 그 150짜리는 나 기준 1칸 이내의 모든 적에게 때리는 거였습니다.

...

그걸 어떻게 알라고!ㅣㅏㅓㅎ니ㅏ너@$*)()($*
검에 대한 설명은 이래저래 잘 써 놓으면서
왜 마법에 대한 설명은 마을사람이건 이올린이건 하나도 모른단 말입니까.
( 매뉴얼에 나와있다 ! 라고 한다면 할 말은 없군요. 근데 나와있나요 ? )

또, 이건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마우스 클릭을 뗄 때 입력을 받습니다.
덕분에 한 칸 옆 클릭을 꽤나 했네요.

장비.
무기가 깨지거나 총알을 다 써도 딱히 경고는 없습니다.
매 번 확인해봐야할 뿐.
( 이건 팔콤 리뉴얼판에서 친절하게 해줬다기에 계속 신경쓰인 내용입니다.
 팔콤 리뉴얼 판은 무려 무기 속성에 현재 자신의 속성까지 알려준다는 군요. )

그리고
이 장비빨인 게임에서
사람 죽일 거나 오랫동안 떠나 있을 녀석이면
무기랑 장비는 벗어주면 안될까요 ㅠㅠ
열심히 고생해서 세이브도 못하고 적 죽이고 나니까
어, 이놈 죽네.
어, 이놈 가네.
아. 내 장비.

...

아 진짜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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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가기 전에 장비는 좀 벗고..

거대보스.
이건 무려 의도적인 거 같습니다.
거대 보스는 움직이지 않고 특정 위치에서 기술만 써댑니다.
그놈이 마법을 쓰거나 80짜리 마법이 통하는 위치에서 그 위치를 마우스 대가면서 확인할 수는 있습니다만..
이렇게 비직관적이게 만들기가 더 힘든걸로 여겨지는지라
왠지 의도적으로 보이네요.
뭐 이 게임의 의도가

" 게임이 유저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묻기 전에,
  유저가 게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 생각하라. "

가 진짜 맞다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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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지점을 찍어서 대보는 겁니다. MP 80도 안 뜨면 낭패..

아이템.
이게 뭐하는 아이템인고.
상점에 들어가야 친절히 설명이 나옵니다.
필드에서 이 아이템이 뭔 역할을 하는지는 먹어봐야 알 '수도' 있습니다.
뭐 그게 XP 초기화였다. 어쩔 수 없죠.

회복탄.
이라는 총알이 있습니다.
이거 어떤 총알 같나요 ?
왠지 우리편에게 쏘면 회복해주는 그런 총알같은 느낌이 나지 않나요 ?
아뇨. 그냥 속성이 신성인 일반 총알에 불과합니다.
아 이걸로 회복도 하고 그렇겠구나 생각했다가 아주 제대로 낚였죠.


아, 잠시 쉬어가는 입장에서 그나마 칭찬할 수 있는 내용을 몇 개 적겠습니다.

전투 시 빈 공간을 클릭하고 있으면 적의 이동속도( 공격속도는 아닙니다 )가 빨라집니다.
개구락지같이 이동도 괴상하고 보고싶지도 않은 녀석에 대한 짜증도를 소폭 감소시켜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세이브가 꽤나 편리합니다.
필드에서 마우스 우측 버튼을 누르면 (개인 메뉴, 아이템, 세이브, 환경설정) 이라고 바로 나오는데
무려 세이브가 맨 앞에 있기 때문에 그나마 저장하기가 상당히 편리합니다.
덕분에 맵 마다 세이브를 할 수 있었죠.

말이 약간 길었는데
요컨대,
  • 길 찾기가 어렵고 이동하는 데 오래 걸리고
  • 인터페이스가 구리다.
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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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번쩍거리는 너 말이다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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