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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시사

저작권을 지키는 두가지 방법

1. 윈도우 비스타의 저작권 지키기

 (비스타의 새 DRM에 관한 대부분의 정보는 여기서 나왔습니다. 제가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적해주세요.)

 5 년만에 나온 윈도우의 새 버전, 윈도우 비스타에는 DRM(Digital Rights Management : 디지털 저작권 관리) 기능이 기본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디지털 저작권 관리는 간단히 말하자면 많은 사이트에서 "불펌"을 방지하기 위해 적용하는 오른쪽 클릭 금지 기능의 음악/동영상 버전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저작권이 있는mp3나 avi 파일 등의 불법복제를 못하게 하는 기능이지요.
 사실 불펌금지 기능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불편한 해결책입니다. 오른쪽 클릭 금지를 해놓는다고 해서 퍼갈 생각이 있는 사람이 퍼갈 수 없는 것도 아니고, (소스 코드만 열어보면 되니까요) 오히려 오른쪽 클릭을 통해 접근할 수 있는 브라우저의 다른 기능들을 막아놓는 불편만 안겨주니까요. 윈도우 비스타의 DRM은 불펌금지 기능의 훨씬 철저하고 어찌보면 사악한 버전입니다.

 제아무리 mp3나 avi 파일을 불법복사가 어렵도록 암호화해도, 영화의 소리와 영상이 모니터나 스피커 등 주변기기에 전달될 때 그 신호를 가로채서 추출하는 것은 적절한 도구만 있으면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아까의 "불펌금지"의 비유를 들자면 오른쪽 클릭으로 복사하는 것을 막아놓아도 소스 코드 보기로 내용 자체를 복사해버리는 거죠. 비스타는 컴퓨터 본체에서 주변기기로 전송되는 데이터를 암호화하고 그것을 복호화하는 기능을 하드웨어에 숨겨 버림으로서 아예 소스 보기 자체를 막아버리려고 하는 겁니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비스타에 탑재되는 하드웨어가 문제없이 작동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인증받은 암호화 기능과 드라이버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드웨어의 암호화 기능 자체를 해킹하여 데이터를 복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이크로소프트 인증을 받으려면 하드웨어와 드라이버의 내부정보를 공개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부분이 사실 훨씬 위험한 부분인데, 좀 나중에 다시 다루겠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증을 받지 않은 하드웨어도 비스타에 설치할 수는 있지만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인증받지 않은 모니터나 비디오카드를 설치한 컴퓨터에서 새로 구입한 DVD를 재생하려고 하면, 비스타는 이 사람이 암호화되지 않은 장비를 이용해 DVD를 복제하려는 것으로 간주하고 출력되는 영상의 화질을 강제로 낮춰 버립니다. 인증받지 않은 사운드카드를 이용해 돈 주고 다운받은 mp3를 들으려고 하면 음질을 낮춰버리거나, 혹은 아예 소리를 안 들리게 하기도 합니다. 내 돈 주고 산 DVD를 내 돈 주고 산 운영체제, 내 돈 주고 산 비디오카드, 사운드카드에서 마음대로 감상할 수 없게 됩니다. 잘못 들으신 것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정한 룰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음악과 영화를 불법 복제하려는 사람으로 간주하고 있는 겁니다. 구입하신 하드웨어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인증을 받지 못했다면 당신은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되어 음악과 영화를 감상하는데 제약을 받을 겁니다.

  사실 이런 기능을 추가한다고 해서 해커들이 파일을 불법복제하는 것을 늦출 수야 있겠지만 막을 수는 없습니다. 하드웨어 명세를 숨긴다고 해서 하드웨어 해킹을 완전히 막을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이런 기능을 운영체제에 탑재하는 것 자체도 쉽지는 않습니다. 하드웨어의 기능을 강제로 제한하면서 운영체제가 멈추지 않고 계속 돌아가도록 설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거든요. 아마 이 때문에 운영체제가 상당히 불안해지기도 할 겁니다. 이 모든 어려움을 감수하고, 당장 별로 돈이 되지도 않는 DRM에 이렇게 마이크로소프트가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 불법복제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을 힘들게 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용자를 불편하게 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얻는 이득은 뭘까요?
 (여담이지만, XP 이후로 5년이나 새 버전을 내놓지 않고 질질 끌던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스타를 이렇게 늦게 출시한 것은 사용자를 방해하는 이런 기능을 잔뜩 추가하느라고 그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 생각이지만 당장 올해 안에 비스타를 지원하는 하드웨어들이 쏟아져나올겁니다. 그래픽카드들이야 당장 DirectX 10을 지원해야 하니 몇달 안에 전부 비스타를 지원하는 드라이버와 하드웨어를 제작해서 내놓을 거고, 사운드카드들도 1년 안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인증을 전부 받을 겁니다. 데스크탑 운영체제의 99%를 장악한 윈도우에 적응하지 못한 하드웨어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요. 그러고 나면 아마 1년 후에는 비스타가 안정 단계에 들어설거고, 사용자들이 슬슬 오래된 XP에서 벗어나 비스타로 갈아타기 시작할 겁니다.
 그러고 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마이크로소프트 인증을 받지 못하는 하드웨어는 갑자기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아예 소리가 들리지 않는 문제를 일으킬 겁니다. 기술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일반 사용자들은 하드웨어가 잘 동작하지 않으면 그건 그냥 하드웨어 탓일 거라고 생각하겠지요. 운영체제 탓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용자는 별로 없지요. 정품 DVD와 정품 윈도우를 갖고 있는 사용자가 새 그래픽 카드를 구입했는데 DVD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당신이라면 DVD 재생에 문제가 없지만 써본 적이 없어서 생소한 리눅스로 바꾸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다른 그래픽 카드를 고르시겠습니까? 당연히 그래픽 카드를 바꿀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드웨어 제조사들이 살아남으려면 마이크로소프트 인증을 받아야 할 겁니다. 그런데,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인증을 받으려면 하드웨어와 드라이버의 내부정보를 공개하면 안됩니다.
  하드웨어 명세를 공개한다는 것은 좀 애매한 말이지만, 기본적으로는 하드웨어가 내부적으로 어떻게 동작하는지에 관한 단서를 노출하면 안된다는 뜻입니다. 하드웨어 드라이버의 프로그램 소스를 공개하면 안되는 것은 물론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부적인 동작에 대해 설명하는 설명서도 상당부분 삭제해야 할 겁니다.

 리눅스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지금쯤 눈치채셨을 겁니다. 사실 영화산업이나 음반산업과 큰 관계가 없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비스타에 이렇게 강력한 DRM을 탑재한 첫번째 이유는 리눅스를 비롯한 경쟁 운영체제를 견제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직은 이 정책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 어떤 하드웨어 제조사에서도 "오픈 소스" 드라이버를 공개할 수 없고, 전부 바이너리 형태로만 내놓아야 합니다. 리눅스 진영이 여태까지 오픈 소스 하드웨어 드라이버를 제작하기 위해 해왔던 노력이 이제는 훨씬 어려워지겠지요. 유닉스 호환 OS로 탈바꿈하여 리눅스와 오픈 소스의 장점을 함께 껴안으려던 Mac OS X도 직/간접적인 타격을 받을 겁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얼마나 철저하게 정책을 추진하느냐에 달려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원한다면 경쟁 운영체제를 위해 드라이버를 제작하는 하드웨어 제조사에게 마이크로소프트 인증을 주지 않는 방법도 쓸 수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인증을 받지 못하면? 비스타 사용자들이 하드웨어를 사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포기해야죠.

 이걸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강력한 DRM 정책으로 얻을 수 있는 두번째 이점은, 음반산업과 영화산업에 미칠 수 있는 강력한 장기적 영향력입니다. 몇년 안에 비스타와 후속 운영체제의 시장지배가 확실해지고, 마이크로소프트의 DRM이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확인되면, (이 부분에 대해서 저는 약간 회의적이지만, 가능성이 낮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음반사들과 영화사들은 마이크로소프트 DRM으로 보호받는 음반과 DVD를 출시하고 싶어할 겁니다. 지금까지의 DRM에 비해 불법복제가 훨씬 어려워질 테니까요. 대부분의 음반사와 영화사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영향 하에 들어가는 순간, 마이크로소프트는 떼돈을 벌 수 있겠지요. 사용자들은? 이제 영화와 음반들이 윈도우 비스타용으로만 출시될테니 더이상 윈도우가 아닌 OS에서는 DVD나 음악을 감상할 수 없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 해도 몇년 후의 일일 테니, 예언가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겠군요. 그렇지만 이런 일이 전부 현실화되고 나면 새 윈도우 운영체제를 30만원이 아니라 300만원쯤 주고 사야 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저는 그 날이 오기 전에 리눅스로 넘어갈 겁니다. 요즘은 리눅스도 많이 좋아졌더군요.

 2. 태터툴즈의 저작권 지키기

 태터 툴즈에서 "콜백"이라는 새로운 플러그인을 발표했습니다. 콜백은 넘쳐나는 "펌글"에 대한 정말 매력적인 해결책입니다. 콜백 플러그인이 적용된 블로그에서 마음에 드는 내용을 퍼오려면 그냥 지금까지처럼 복사-붙여넣기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아래 그림과 같이 원저작자 정보와 원저작자의 다른 글 정보가 표시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을 퍼가고 싶은 사람과, 글을 쓴 사람 모두를 방해하지 않고, 동시에 글쓴이의 저작권을 지켜주는 깔끔한 해결책입니다. 퍼간 글을 다시 퍼가면 여전히 원래의 글쓴이 정보가 표시됩니다. 태터툴즈는 물론 싸이월드, 카페, 네이버 블로그 등 위지윅 편집을 지원하는 요즘 사이트에서 대부분 작동한다고 합니다. (태터툴즈와 콜백 플러그인을 제작한 태터 앤 컴퍼니에 프로그래머의 한사람으로서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모두가 원하던 바로 그 기능을 정말 멋지게 구현하셨습니다.)

 콜백이 완벽한 해결책은 아닙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소스 보기를 하면 저작권 정보를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을 거고, 소스 코드를 아무리 암호화한다고 해도 퍼가는 사람이 저작권 정보를 없애기로 마음먹었을 때 그걸 방해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 많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퍼가는 사람에게 저작권을 존중할 의지만 있다면 그냥 콜백 기능과 함께 그대로 퍼가면 된다는 사실입니다. 복사-붙여넣기만 하면 되니까요.

 정보를 '뺏으려는' 사람에게 정보를 주지 않고 지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닙니다. 그러나 자기가 얻은 정보를 '복사하여' 나누려는 사람에게 그것을 못하게 하는 것은 어려울뿐만 아니라 불가능한 일입니다. "펌질"이나 "불법복제"는 바로 정보를 복사하여 나누는 일입니다. 그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한다는 거짓말로 윈도우 비스타는 사용자를 감옥 속에 가두려 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방식은 자신들의 룰에 따르지 않는 모든 사용자를 범죄자로 간주하는 방식입니다.

 반면에 태터툴즈의 방식은 합법적으로 디지털 저작권을 지키려는 사람을 존중해야 한다고 믿는 방식입니다. 태터툴즈는 지적 저작권을 지키고 존중하기 위한 편리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제안합니다. 그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냥 플러그인만 끄시면 됩니다. 태터툴즈는 강제하지 않습니다. 태터툴즈가 제공하는 틀에 사용자를 가두지도 않습니다. 그냥 디지털 저작권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믿고, 그것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제안합니다.

 태터툴즈의 방법에 동감하신다면 콜백 플러그인을 켜주세요. 저도 오늘부터 그렇게 하겠습니다.

 참, 태터툴즈는 소스를 공개하고 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변경하여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입니다. 알고 계셨나요?